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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여기에 -  미우라아야코 지음, 진웅기 옮김/범우사 |
부전공인 일본어 수업 중에 미우라 아야코의 『光あるうちに』를 배운 날에 『빙점』을 읽었던 때의 느낌이 그리워져서 학교 도서관에서 미우라 아야코의 책 몇 권을 빌려 집으로 돌아왔었다.
끔찍하게 절망적인 투병생활, 그리고 그동안의 여러 사람과의 교제 - 아픈 몸으로 두 명과 약혼하고, 누워서 움직일 수 없으면서 고백을 받는 그녀를 보니 역시 연애라는 건 매력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 그리고 기독교 입교.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 그리고 자신이 결혼하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담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감동했던 부분은 다다시라는 사람의 존재였다.
세상에 천사는 있다. 다다시가 세상에 존재했었으니까. 전염성이 강한 환자의 타액이 묻은 휴지가 든 휴지통을 뒤져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려 노력해주는 사람. "당신이 잘못되게 막는 힘이 내겐 없다."라고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 죽기 전에 그녀의 미래를 막지 않도록 손을 놓아주는 그런 사람. 그라면 "나는 크리스천입니다."라고 자신있게 고백할 수 있을 텐데.
다다시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생각하기 전에 다다시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어린 생각부터 털어내지 않으면 안 되겠지. 8년 만에 교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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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짱
우리가 서로 성의를 다하여 교제해 온 일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야짱은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최초의 사람이요, 최후의 사람입니다.
아야짱, 아야짱은 비록 내가 죽더라도 살기를 그만두거나 소극적으로 살거나 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약속을 주셨습니다.
만약 이 약속에 대해서 성실하지 못한다면 아야짱에 대한 나의 기대는 완전히 어긋나는 것입니다. 그러한 아야짱은 아니겠지요!
한번 말한 소리를 되풀이하는 걸 삼가왔지만, 나는 아야짱의 마지막 사람이기를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을 지금 여기서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수수께끼에 차 있습니다. 묘한 약속에 묶여 부자연스러운 아야짱이 된다면, 그것은 내게 무엇보다도 슬픈 노릇입니다.
내 입으로 아야짱의 일을 누구에게 자세히 말한 적은 없습니다.
아야짱이 주신 편지, 내 일기(아야짱에 관해서 적은 것) 그리고 노래 원고를 드리겠습니다. 이것말고는 내가 아야짱을 어떻게 생각하였는가 하는 것과 서로 해 온 일을 유형적으로 남길 물건이 아무것도 없는 셈입니다. 즉 소문 이외에는 남에게 속박될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은 완전히 <백지>가 되고, 아야짱은 나로부터 <자유>입니다. 불태워진 후는 아야짱이, 나에게 한 말은 지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셈. 아무것에도 구애되지 않고 자유입니다.
이것은 나의 마지막 선물
만일을 위해서 일찌감치
1954.2.12 저녁
다다시
아야꼬 님에게
펴낸곳 범우사
1976년 11월 1일 초판발행
1991년 5월 30일 개정 9쇄발행
2005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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