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헬러가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구성한 이 책은 색에 관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심리학에 관한 교양을 들었을 때 가장 처음으로 배웠던 것은 심리학이 '과학'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심리학에 기반한 이 책에선 색에 대한
일차색은 다른 색을 혼합해서 만들 수 없는 색을 말한다. 색에 관한 일반 이론을 살펴보면 일채색은 빨강, 노랑, 파랑이다. 다른 색들은 일차색을 혼합해서 만든다. 일차색 두 가지를 섞어서 만든 색은 이차색 또는 '순수 혼합색'이라고 부르는데 녹색, 주황, 보라가 그것이다. 일차색 세 가지를 섞어서 만든 색은 삼차색 또는 '비순수 혼합색'이라고 부른다.
(8.일차색, 색소色素, 화가의 색)
나는 초등학교 때 1년간 미술 학원을 다녔을 뿐이었기 때문에 일차색까지 밖에 몰랐다. 혹시 미술 시간에 배웠는데 잊어버린걸까?
(난 그러고도 남을 아메바 기억력이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 순수 혼합색이라고 불린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차색보다는 왠지
순수 혼합색이라는 게 느낌이 좋으니까.
작가는 열세 가지의 색에 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 중에서 눈에 띄었던 것들은
화가들이 사용하는 '울트라마린'은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값비싼 색이다. 오늘날에도 역사적인 물감의 애호가들을 위해서 진짜 울트라마린이 생산되고 있는데 최고의 품질은 kg당 가격이 1,500만원에 달한다
(9.울트라마린, 가장 값비싼 예술물감, 50쪽)
물감이 kg당 1,500만원!;;
독일의 경주용 자동차 벤츠는 은색으로 '은빛 화살'이란 별칭으로 불렸다. 벤츠는 원래 독일의 경주용 자동차에 할당된 흰색이었다. 하지만 1934년 6월 2일, 뉘어부르크 자동차 경주장에서 ADAC의 자동차 경주가 시작되기 전날 밤, 벤츠가 허가된 무게보다 1kg이 더 무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체 누가 그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날 밤 하얀 래커를 벗겨낸 벤츠는 알루미늄 재질 그대로 은색 광채를 발했다. 그리고 벤츠가 승리를 거두었다. 옛 전통에 따르면 흰색과 은색은 의미가 같았기 때문에 국제 자동차클럽 연맹은 이 색채의 변화를 승인했다. 벤츠의 실버룩은 광고 효과로도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게다가 가격도 저렴했다. 독일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뒤를 이어 벤츠의 실버 룩을 모방했다. 모두가 은빛 화살이 되고자 했다.
(은색 차가운 거리감 3. 가장 빠른 색, 그렇지만 영원한 2등)
"차는 은색이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무슨 충격적인 얘기? -_-;;; 만약 벤츠의 무게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 언젠간 나왔겠지만 - 은색 차는 한-참 뒤에 나왔을지도 모르잖아. ;ㅁ;
역시 세기의 발명은 우연에서!;;
올림픽기에는 다섯 개의 원이 겹쳐 있다. 다섯 개의 원은 다석 개의 대륙을 상징한다. 빨간 원은 피부가 붉은 인디언 원주민의 아메리카 대륙, 녹색 원은 오스트레일리아, 검은 원은 아프리카, 노란 원은 아시아, 파란 원은 유럽을 가리킨다.
유럽은 왜 파랑일까? 올림픽기를 만들 무렵, 유럽은 커다란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파랑은 모든 종교에 속하지만 어느 파당에도 속하지 않는 색, 이상적인 평화의 색이다.
(24. 평화의 색, 유럽의 색,82-3쪽)
항상 올림픽기의 대륙별 색이 헷갈렸는데 이제 이걸로 기억할 수
있을까?있으리라 믿고 싶다. -_-;;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하늘색.' 이 관습은 매우 널리 퍼져있어서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유행은 1920년대에 처음 생겨났으며 전통적인 서양의 색채 상징과도 모순된다. 빨강은 남성적인 색이므로 작은 빨강인 분홍은 남자아이의 색이어야 한다.
아기 예수가 분홍색 옷을 입고 있는 옛 그림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13세기에 그려진 그림도 19세기에 그려진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아기 예수가 하늘색 옷을 입은 그림은 찾아볼 수 없다.
(분홍 다정한 에로스, 5. 남성적인 분홍에서 여성적인 분홍으로 133쪽)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 나도 분홍을 의식적으로 피했던 이유가 분홍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이라는 게 싫어서였는데 이게 100년도 - 나에겐 길게 느껴지지만 인류가 문화를 형성한 이후를 보면 지극히 짧은 시간; - 지나지 않았다니. 내가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역시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나였겠구나. 지금
내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주위 환경에 큰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인지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은 내가 모르는 부분을 많이 갖고 있었다.
바이올렛과 폭력의 언어적 근접성도 눈에 띈다. 이탈리아어 비올라viola는 바이올렛을 가리키지만 비올렌티아violentia는 '폭력'을 비올라레violare는 '폭력을 행사하다'라는 뜻이다. 영어와 프랑스어의 violence, violation도 폭력을 의미한다. 바이올렛과 폭력(권력)의 언어적 근접성은 바이올렛 퍼플violet purple이 지배자의 색이었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설명할 수 있다. 바이올렛의 색인 보라는 퍼플로 권력의 색이 되었고 바이올렛의 이름은 폭력(권력)의 이름이 되었다.
(보라 달콤한 죄의 궁전 2.바이올렛, 라일락 그리고 권력(또는 폭력) 98쪽)
예전엔 보라색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이 소수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언어가 발전할 정도였을 줄은.
보라색 옷은 베이지나 회색 또는 검정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입는 옷이 아니다. 보라색 옷을 입는 사람은 튀고 싶어하며 대중과 자신을 구분지으려고 한다. 보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라색 옷을 입으면, 자의식보다 강한 색의 옷을 입은 듯 변장이라도 한 것 같다. 보라색 옷은 의식을 하며 입어야한다.
(보라 달콤한 죄의 궁전 7. 가장 개인적이며 자유분방한 색 109-10쪽)
나는 보라색을 좋아하지만 보라색 옷은 하나뿐이다. 보라색 옷은 어울리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거의 볼 수도 없고 있다고 해도 보라색은 마른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색이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기 때문에. ;_; 내년 여름까지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보라색 옷을 잔뜩 사서 입고 말테다. 길에 스쳐가는 인연없는 사람들에 눈에 띄는게 뭐 어떻다는 거야. 보라색 옷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보라나 연보라는 초콜릿 포장으로 늘 인기가 높다. 보라는 달콤한 죄의 색이기도 하다.
(보라 달콤한 죄의 궁전 8.허영의 색, 가장 아름다운 죄의 색 111쪽)
달콤한 죄의 색. 허영의 색. 냉정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은 혼합된 감정의 색. 신학과 참회의 색. 마법의 색. 보라색은 정말 사랑스럽다.
요즘 색채테라피가 유행이어서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과학적인 심리학자인 작가는 색채테라피에 관해 쌓인게 많았는지 이렇게까지 써놓았다.;
작가 너무 귀여워 ^^;;
그런데도 한 가지 충고를 하고 싶다. 체중을 줄이고 싶으면 가장 좋아하는 색의 보석을 사라.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있다. 그 보석은 음식값을 줄여서 모은 돈으로 사야만 효험을 볼 수 있다.
(빨강. 사랑에서 증오까지 22. 색채 테라피 136쪽)
나는 학교에서 빌려서 한 번에 읽어내려갔지만 사서 생각날 때마다 한 부분씩 읽어나가면 좋을듯한 책이었다. 요즘 우울한 기분도 많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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