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여러 번 자리를 옮기다가 드디어 용산에 자리를 잡은 국립 중앙 박물관에 다녀왔다. 이촌역에서 내리자 보이는 엄청난 인파. 무료 입장이지만 표를 받고 입장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동행인과 수다를 떨면서 입장 전부터 체력을 소모했다.;

 8년에 걸쳐 지은 것치고는 건물이 예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계단 너머로 보이는 남산 타워가 좋았다. 근데 철조망같은 건 대체 뭐야..;

 입장하는 순간 높은 천장에 숨이 막혔다.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큰 박물관이 생겼구나.'라는 뿌듯함. 감격. 하지만 영상/음성 안내기를 예약하는 것을 몰라서 예약을 못해서 PDA를 빌릴 수 없어서 조금 마음이 상했다. 쳇;;

 넓은 전시 공간 덕분인지 구석기나 신석기와 같이 스쳐지나갔던 시기에도 많은 공간을 할애했는데 구석기 유물과 신석기 초기의 유물들은 그냥 돌 같아; 어떻게 유물인지 그냥 돌인지 구분하는 걸까.;

 나를 처음으로 사로잡았던 것은 잠시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대여했다는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였다. 수학여행 갔을 때 박물관에 가서 봤을 때는 몰랐었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본 '백제금동대향로'는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래 부분부터 윗 부분까지 얼마나 아름답던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오는 건 한숨뿐. 처음 부분의 전시실에 이런 박력있는 유물이 있으니 뒤쪽 전시실의 색이 바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층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보이는 건 '경천사지 10층 석탑' 일본에 싣고 가기 위해서 아무렇지 않게 잘라버린 탑. 조각을 맞추어 형태를 이루고 있었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이음매가 가슴이 아팠다. 나라가 힘이 없어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서.

 천천히 둘러보다가 내 숨을 멎게 했던 건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였다. 김홍도와 쌍벽을 이룬다는 이인문의 이름은 기억에 없었지만 얼마나 강렬한지 그림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림 앞에서 털썩 주저 않고 싶을 정도였다. 그림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풍경과 이야기가 담겨있었는지! 계곡에. 바다에. 정자에. 긴 종이 위의 그림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1시에 도착했는데 3시 즈음에 입장해서 7시에 퇴장할 때까지 결국 2층의 10%밖에 보지 못하고 나왔다. 나중에 또 와야지. 용사는 보스룸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orz

 p.s. 플래시 터뜨리며 사진 찍던 잡것들의 카메라를 다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에 괴로웠다. 내키는대로 했으면 내가 100개는 넘게 부쉈을 거다. -_-

@2005년 10월 30일 일요일, 영원이와 함께
2005/11/15 13:30 2005/11/15 13:30
프리니
접하다/전시물 사이 2005/11/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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