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옛 말투에 당황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어디선가 보고서 이 소설의 제목을 적어둔 메모를 보고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막막한 감상문
하룻밤도 사내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천하의 바람둥이 생모와 그녀에게 몸과 정신을 모두 흡입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무게와 17대 종손이라는 위치에서 짓눌려 지내는 성룡이.
소설은 성룡이가 할아버지에게 받아 해석하는 언간과 현실을 교차시켜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지독하게 뚱뚱한 몸때문에 가학적으로 대하는 정실이와 몸을 섞는 성룡이 이후로 안정감을 찾고 임신을 한 정실이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고하고 내쫓기는 모습보다는 아무런 표정 없이 초콜릿을 파는 - 아마도 성룡이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 여자의 표정 변화없음과 순식간에 불타는 효계당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할아버지가 인상깊었다.
나는 그 여자처럼 나쁜 여자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사람 - 이라고 생각한다 - 인데 왜 그런 인물이 나오면 그 곳에 시선이 머물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했던, 종가를 지켜나가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할아버지의 죽음. 소중히 해왔던 과거를 지키기 위해서 언간을 태우려 붙인 불은 일생을 바쳤던 효계당을 불태우고 그와 함께 할아버지 자신도 불태운다. 숨이 막히는 소설.이었다.
『달의 제단』
지은이 심윤경
펴낸곳
문이당
초판 1쇄 발행일 2004년 5월 31일
초판 3쇄 발행일 2004년 7월 15일
ISBN 89-7456-249-9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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